사실 ‘회고’라는 글을 써본적이 없었던거 같다.
꼼꼼하게 일상을 기록하는 편도 아니였고 항상 부끄러움이 모든것의 앞에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글쓰기를 망설였던거 같다.
올해 참 사소한 계기로 많은 생각을 갖게 되고 또 글쓸 용기도 얻게 되었다.
어떤면에서 보면 그간 망설이게 했던 것들을 ‘하찮은 것’들로 치부해버리게 된 걸지도 모른다.
뭐 별거 있나 어차피 읽는 사람이 많은 블로그도 아닌데ㅋ
글쓰는 원동력
봄에 사내에서 ‘링크드인 엠버서더’ 라는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링크드인을 통해 다양하게 소통하며 본인의 가치를 올리고 좋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는데,
이전까지는 링크드인에 적어야 했던 학력, 경력 등이 나의 보호해야할 ‘개인정보’ 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때문에 다른 SNS보다 장벽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모임을 통해(또 응원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사실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마구마구 1촌을 신청하고,
소심하게 글을 하나씩 쓰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틈날때마다 하나씩 작성하다보니, 이제 글감은 쌓였지만 작성할 시간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작은 모임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상당히 큰 변화를 일으킨 작은 물결의 시작이 되었다.
이 회고 역시 그렇다.
업무 관리
올해는 이스트에서 온전히 팀장으로 한해를 보낸 사실상 첫해였다.
그간 팀장을 안해본건 아니였으나 이제서야 진짜 ‘팀장’을 해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실히 리딩 업무에 많은 비중이 있었다.
나는 조직의 업무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체계적이냐에 따라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같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몇배씩 차이나는 것을 경험해봤다.
하루(약 8시간)면 끝날 일을 하루 2시간씩 4일에 걸쳐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업무 프로세스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라도 제대로 사용 못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하나하나 사용법을 가르쳤고, 내가 전에 있던 조직에서 쓰던 방식과 지금 조직의 구조와 요구사항이 또 다르니
각 직군별 피드백도 받으며 워크플로우도 다듬어나갔다.
결국 내가 쓰던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조를 만들어냈다.
근데 모두가 이 프로세스를 함께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
내가 어디 높은 사람이 아니고 기획과 운영쪽 사람도 아닌 그냥 iOS개발자 놈이라,
영향력이 참 적었다.
많은 사람들이 요구해서 지라 시스템은 도입되었지만,
사용법에 대한 최적화는 결국 내가 실무를 보던 프로젝트에만 적용되었다.
그래도 최소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한 사람들은 이제 반 전문가가 되었으니 이 영향력이 빨리 넓어지길 기대한다.
팀 개발 구조
조직 특성상 팀원은 많은데 그만큼 개발되는 앱도 많았기에 프로젝트당 1~2명씩 분배되는,
마치 스타트업이 여럿 함께 모여있는 구조랄까.
그래서 22년 말부터 공통모듈을 제안했다. 각 프로젝트 모두가 같은 개발 스택과 환경을 가지고,
공통으로 사용되는 것들을 모두 모듈로 분리해 함께 사용한다면
개발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감소되고, 여럿이서 다듬은 코드라 더 안정적이고,
혹여나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길 때도 분명 장점이 될꺼라 생각했다.
운좋게도 이 예상은 적중했다. 23년 들어 신규 프로젝트 3개가 시작됐고, 모듈 덕을 톡톡히 봤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 외엔 다른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는데,
모듈이 도입된 이 후 함께 쓰는 비지니스 로직과 UI 컴포넌트에 대한 대화가 많아졌다.
코드리뷰가 활발해 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SwiftUI
앞서 신규 프로젝트에 SwiftUI(이하 스유)를 도입했다.
당시 최소 버전이 iOS14였는데 신규 프로젝트인 만큼 iOS15로 올리고,
iOS15정도면 스유를 사용하기에 충분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대부분의 화면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Navigation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Deprecated 되는 NavigationView와 iOS16부터 사용가능한 NavigationStack
그외 딥링크나 Coordinator 패턴의 대체 등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결국 NavigationController 기반으로 HostingController를 엮어 반쪽짜리 스유앱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여전히 많이 겪고 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직 시기 상조라며 도입을 미뤘을꺼 같다.
하지만 이미 맛을 봐버렸고, 이제 다시 UIKit으로 못만들겠다.
그렇다면! 최소버전을 16으로 올려야지.
다시 팀 문화
앞서 팀 공통 모듈이나 스유의 도입 등의 결정을 내가 하긴 했으나
내가 막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기에 정말 내가 아는 선에서의 기본적인 방향만 잡아줬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샌가 팀에 변화가 생겨났다.
처음 방향만 잡아줬던 여러 기술들이 정말 ‘급격하게’ 보완되기 시작했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자기들끼리 논의해가며 최적화에 열을 올리더니,
이런것도 딱 이렇게 되면 좋겠어요ㅡ 라고만 해도 어느새 제가 좀 해봤는데 한번 검토해달라고 한다거나,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척척 혼자 공부해서 적용해오기에 이르렀다.
나 : 주요 핵심 기능을 모듈화 하면 빌드 속도도 빠르고 개발도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동료1 : Tuist로 프로젝트 관리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료2 : 핵심 기능 말고도 많이 쓰는 기능도 모듈화 하면 좋겠어요.
동료3 : 클린아키텍쳐를 적용해봤어요. 이걸 도입하면 레이어 별로 모듈화가 될 수 있을꺼에요.
동료4 : 그럼 의존성 주입을 위해 DIContainer가 필요하겠어요.
나 : ….
어느날 스터디도 생겨났다.
원서 책을 그냥 번역, 요약을 했더라. (이게 보통일인가…미친 줄 알았다.)
그러더니 자기들은 한번 다 봤는데 다같이 봤으면 좋겠다면서 자기들이 진행까지 하겠단다.
참가는 자유였지만 자유롭지 못했다.
이때부터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난 아직 공부 안했는데 혼자 공부해와서 이거 뭐가 좋냐 어떻게 하는거냐 물으면
‘나도 모른다’고 대답해야 했다. 아니 진짜 모르니까.
그래도 짬밥이 있어 어떻게든 둘러대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너무 빠르게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 제대로 목마름을 채워주고 있지 못한다는 자책에 시달리고 있을 때 쯤,
집나갔던 똘똘이 스머프가 돌아왔다. (신경쓸 대목은 아니다.)
같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 애매한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건강한 발전이 시작되었다.
그래 그랬다. 그건 맞다…….
이제 그 건강한 토론이 그 이전에 비해 배이상 늘어났다.
더 많은 논의와 논쟁이 시작되었고, 또 빠르게 결론이 났다.
결국 이 건강한 토론의 태풍에 휘말려, 공부와 의견 조율, 결론 도출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와 너무 좋다.
그랬더니
각자의 일을 더 쉽게 논의하게 되고 참견할 수 있게 되니
30분 내외의 짧은 미팅이 자주 생겨났다.(30분 내외만 했으면 좋겠다.)
고민을 쉽게 공유하고 조언을 공유하고 때로는 짝코딩을 한다. (떼코딩도 한다.)
팀의 기술 수준은 물론, 팀에 열정과 활기가 생겼다.
좋은 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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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괜히 좀 뿌듯하다. 난 뭐 한것도 없는데 ㅋ
팀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2024년에 더 하고 싶은 건
글을 더 많이, 특히 개발 관련 글을 좀 더 쓰고 싶다.
지난 한해 동안 정말 많은 기술적 시도와 연구가 있었는데 글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제목만 지어두고 쓰지 못한 글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새해에는 더 많은 글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도메인을 사봤다.
rainpour.me 라는 도메인과,
노션으로 작성하는 편리함을 놓칠 수 없어 우피를 통해 페이지 구성을 했다.
1년동안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2024년도 신나는 한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