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확실한 꿈이 있는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는 회사입니다. 여러 회사를 다녀봤지만 드디어 내 열정을 쏟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회사는 처음이었거든요.
이런 회사에서 최근 개발자를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수많은 형태의 이력서를 보고 읽어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 주제넘지만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도 불과 1년여 전까지 열심히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꾸며가며 이런저런 회사들을 비교하며 지원했고 몇 번의 쓴잔도 마시면서 이력서를 다듬고 또 다듬었습니다. 그런 저의 경험과 또 받았던 이력서들을 토대로 몇 가지 팁만 간단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글이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대기업에 지원하는 분께는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으며 개발자 채용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는 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무 데나 쓰진 마세요.
취업준비를 하는 분들이 이력서를 낼 때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일단 넣어보자’입니다. 채용공고가 떴고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다 싶으면 일단 넣어보고 서류가 붙으면 그때서야 회사에 대한 조사나 면접에 대한 자료를 찾아봅니다. 당연히 면접 전까지 조사할 수 있는 자료엔 한계가 있고 정말 이 회사에 가고 싶다는 고민할 시간도 적습니다. 너무 여러 군데 쓰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였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죠. 그렇게 들어간 면접에서 붙을 확률은… 당연히 낮아집니다.
서류를 넣기 전부터 회사에 대해 최대한 많이 알아보고 여긴 붙으면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력서도 넣고 면접도 준비하시길 추천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내 열정도 드러낼 수 있고 합격할 확률도 올라갑니다. 다 이력서와 면접에서 티가 납니다.
일단 붙어야 연봉에 대해 협상도 고민도 하고 거절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력서는 보고 또 보세요
이력서+포트폴리오지만 이력서로 통칭하겠습니다.
보통 자유형식의 이력서를 요구하는 곳이 많은데 개발자의 경우 경력과 사용해본 기술 등을 적기 때문에 내가 가진 기술을 보고 서류합격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적당히(?) 서식만 채워 지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사람이 보는 건 똑같기 때문에 최대한 읽기 쉽게 보기 쉽게 정리하고 꾸며야 합니다. 개발자는 단순 코딩만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코드와 기술을 문서화시키는 기술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물론 이력서를 통해 그런 걸 평가하지는 않습니다만 깔끔한 문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면접에도 이어집니다.
안 해도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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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대가 많이 흘렀습니다. 개인정보는 너무 자세히 적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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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굳이 한자로 같이 적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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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는 이제 적으면 안 됩니다. (간혹 있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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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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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동몇호에 사는지까지 궁금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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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 200자 300자 까지 채우실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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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성장과정, 입사 후 포부 이런 형식적인 건 굳이 적지 않거나 길게 적지 않으셔도 돼요.
넣었으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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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아닌지라 최소한의 정보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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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연락처, 나이 정도 (어리시다면 군필 여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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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어떤 개발을 좋아한다던가 이런 개발자가 되고 싶다던가 이런 꿈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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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는지는 꼭 적어주세요. ('귀사'같은 표현은 쓰지 마세요. 이곳저곳 복붙 해서 쓴 티가 팍팍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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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적어주세요. 이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 또 얼마나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회사에 대한 관심이지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아닙니다. 요새 창업이니 스타트업이니 하는 정보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이러저러한 장점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글과 자료들이 많다 보니 지원동기에 “스타트업에서 주도적으로 일하며 내가 만든 서비스가 직접 유저들에게 사용되는 걸 보고 싶다.”라고 적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스타트업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지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얘기는 아니잖아요. 그럼 회사에선 지원자를 ‘스타트업에 가고 싶은 사람’으로 볼뿐 ‘우리 회사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보진 않습니다. 이 부분은 면접 쪽 얘기에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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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서비스’ 보단 ‘기술’에 더 집중하세요.
입사 후엔 회사의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됩니다. 자신이 전 회사, 또는 개인적으로 만들었던 프로젝트들을 설명하는 이유는 그 프로젝트 속에서 어떠한 기술을 썼고 이런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론칭까지 이어졌는지, 사용자는 몇 명이나 되었는지, 어떻게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해봤다던지 하는 등의 업무적인 설명은 좋습니다만, 서비스의 운영이나 마케팅, 디자인 등의 다른 분야에 대한 설명은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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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할 수 있는 기술을 적어주세요.
면접 질문은 보통 이력서에 기술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보유기술에 해봤던 모든 언어와 툴을 전부 나열한다고 해서 이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질문 한번 해보면 바로 들통나거든요. 능숙한 것들만 적을 필요까진 없지만 질문하면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과 툴만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상중하로 나누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가장 애매한 게 ‘중’인데 어떤 기술에 대해서 중급이라고 표현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함께 성장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부딪혀보고 함께 고민하면서 회사의 성장뿐 아니라 나 자신의 성장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급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회사를 위해 내 한 몸 희생하자’가 아니라 회사의 성장을 통해 나 자신의 실력도 향상되어야 하는 부분이 꼭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꼭 개발자가 아니라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만약 자신이 성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회사든 자신이든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거겠죠.
취업을 위해 무언가를 하나 더 배운다기 보단 스스로를 잘 분석하고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점검해보면 자신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이력서에 적어놓고 다듬고 적어놓고 다듬고 하다 보면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그 문장, 포트폴리오 하나하나에 들어간 나의 고민은 절대 퇴색하지 않습니다. (언제 다시 쓸지 모르잖아요^^)
구인도 구직도 힘들다는 요즘 시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