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돌이켜 보니 첫 채용공고를 한지 벌써 10개월이 넘었더라고요.
이따금씩 이력서도 들어오고 면접도 보고하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얼마나 더 시간이 흐를지 감도 못 잡겠더군요.
그래서 채용공고를 빙자한 우리 회사의 개발 문화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채용을 못하는 건 결코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이지 못해서 그렇다는 걸 강력히 주장하고 스스로 위안 삼기 위해 :)
대한민국에서 iOS 개발자들을 만나보면 다들 비슷한 얘기들을 합니다.
협업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내 코드가 잘 짠 코드인지 확인하고 싶다.
내 코드를 봐주는 사람이 없다.
iOS 개발자와 소통하고 싶다.
원인을 설명하자면 국내에서 iOS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9년
2009년 말, 아이폰3Gs가 국내 출시되고 엄청난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판매량이 급증했었는데 이때 당시 COO였던 팀 쿡이 이례적인 매출에 놀라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
국내에선 강자였던 삼성이 갤럭시로 선방해 지배적인 점유율을 갖진 못했지만 국내에 앱 개발자라는 직군이 생겨나기엔 충분했죠.
이때 많은 개발자들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개발에 뛰어들게 됩니다. 안드로이드의 기반이었던 자바는 이미 국내에 충분히 있었지만 Objective-C 개발자가 있을 리 만무했고 Objc는 심지어 프로그래밍 언어 중 배우기 어렵기론 꽤 높은 순위에 있었던 언어였던 탓에 상대적으로 iOS 개발에 진입하는 개발자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애플 감성(?) 덕분인지 적지 않은 기존 개발자나 신입 개발자들이 iOS 개발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교육도 많이 생겨났고요.
2011년
하지만 2011년 갤럭시 S2가 꽤 잘 나왔던 탓인지 아이폰4s부터 점점 하락세를 띄기 시작하더니 2012년 2013년엔 국내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때 즈음이 카카오가 애니팡으로 대박을 터트리고 카카오 게임이 국내 앱 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한 시절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카카오 게임을 등록할 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앱을 동시에 등록해야 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점유율도 얼마 되지도 않는 플랫폼을 위해 시간과 인력, 비용을 쏟기가 어려워 불만이 많았습니다.
결국 얼마 후 카카오에서도 이 정책을 폐지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갈수록 iOS의 입지가 좁아지니 기존에 있던 iOS 개발자들마저도 회사에 정책 때문에,
또는 개인적인 미래의 불투명성 때문에 안드로이드 개발로 돌아서거나 다른 개발로 바꾸게 됩니다.
국내 iOS 개발자의 수가 더더욱 줄어들게 되죠. 이렇게 되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나 글로벌 유저들을 상대하는 기업들만 iOS 개발자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업의 수가 적었던 건 아니지만 전체 시장의 iOS 개발자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2014년 ~ 2015년
하지만 아이폰6를 기준으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내에서 단통법이 시행되고 아이폰의 화면 크기가 커지면서 점유율이 급등하게 되고 20% 이상의 점유율을 갖기 시작하더니 아이폰6S에선 40% 점유율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됩니다.
급격하게 올라간 점유율 때문에 기업들 입장이 다시 난감해지기 시작합니다.
국내 매출에서 iOS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으니 지원을 하긴 해야겠는데 당장 개발인력도 없고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으니 (이미 있는 개발자들은 자리를 잡았기도 했고) 결국 궁여지책으로 기존 개발자들에게 공부해보라고 시키거나 모바일 웹으로 만들어 앱에 얹기만 하는 방식 등으로 개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시 iOS의 중요도가 올라가게 되니 다시 적지 않은 분들이 iOS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는데, 결국 1~2년 정도의 경력만 가지게 됐을 뿐 4~5년 이상의 중급?(애초에 역사가 짧아 iOS만 10년 한 사람이 없기도 하고 다른 개발을 하다 iOS로 전환해 4~5년을 꾸준히 한 사람들도 찾기 힘들다.)
개발자들이 없는 상황은 여전합니다. 아마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이 상황이 계속되겠죠.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이거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서비스라면, 개발팀을 구성할 때 iOS 개발자는 보통 1명으로 구성하게 됩니다.
이유야 뭐 한 명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기도 하고 돈도 없고...;;
물론 개발자를 구하기가 힘드니까 이마저도 안돼서 일단 웹으로 만들어보고 iOS 버전을 나중에 만드는 방식을 쓰기도 하죠.
설명하자면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대부분의 iOS 개발자는 혼자서 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팀 내에서 서로 코드리뷰라도 해주거나 시니어 한분이 어느 정도 공부라도 해서 내 코드를 분석해주지 않는 이상, 내가 한 뷰에 모든 코드를 때려 박던, 모든 뷰에 같은 동작의 코드를 복붙 해놓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협업을 하는 것도 아니니 git이나 svn으로 코드를 관리할 필요도 없고(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해 쓰면 모를까) 그저 돌아가기만 하는 코드를 싸기만? 하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깃헙으로 다른 개발자들이 올려둔 코드를 분석해보거나 구조나 패턴 등을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순 있겠죠. 스터디를 할 수도 있고요.
문제는 결국 이 모든 걸 '혼자'해야 한다는 거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자, 그럼 이런 암울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은 회사에 가면 됩니다.
지난 1~2년 동안 열심히 iOS 개발에 힘써왔고, 이제 그 목마름이 느껴진다면 이직을 준비해야겠죠.
그럼 이직을 아무 데나 할 순 없으니 이것저것 알아봐야겠죠.
: 현재 앱팀은 총 5명(Android 3명, iOS 2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OS의 3번째 팀원을 구하고 있습니다. iOS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Objective-C로 개발되어 있고 간단한 수정을 제외한 새로 만들거나 크게 수정되는 부분은 전부 Swift로 변환하는 중입니다. 현재 약 30% 정도 전환되어 있네요.
GitHub으로 각자 작업한 branch에 대해 PR(Pull Request)을 요청하면 앱팀 모두가 그 코드를 리뷰해줍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들도 Swift스터디를 하면서 기본적인 구조정도는 익혔고 iOS 개발자 역시 안드로이드를 공부 중이라 같은 iOS 개발자는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안드로이드 개발자들도 궁금한 부분은 서로 편하게 질문하며 서로의 분야에 대한 실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슈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이 가진 장점은 반영하고 기존 팀원들이 가진 장점은 흡수하면서 끊임없이 서로 개선을 위해 토론합니다.
애초에 직급이 없기도 하지만 경력이 많다고 해서 누가 누굴 가르쳐준다기 보단,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몰라도 창피하지 않고 알아도 잘난 척하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누군가가 만든 게 아니고 만들 수도 없어요.
각 팀원들이 서로 제안하고 수용하면서 만들어진 문화이며 앞으로도 계속 언제든지 바뀌거나 개선될 수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체계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중이지만,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죠. 기획자가 생각하고 디자인해서 넘겨주면 개발자는 만들기만 하는 그런 플로우가 아닌 모두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며 각자의 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며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게 진짜 스타트업이죠.
앱팀에서 원하는 분은 실력이 좋고 경험이 많은 분이라기보단 열정이 있는 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발 지식은 다 모를 수도 있죠. 혼자 개발하느라 여러 장애물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다 알겠어요?
열정은.... 좀 흔한 말이긴 한데..ㅎ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iOS 개발이 너무 재미있어서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 개발만 한적도 있습니다.
앱 출시하는 게 재미있어서 X달동 안 간단한 앱 X개를 만들어버렸습니다.
오픈소스만 갖다 쓰기엔 실력이 안늘꺼 같아 직접 만들어 보려고 삽질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매년 애플 발표 때마다 월차 내고 새벽 2시에 애플 발표를 보고 내용도 정리해 포스팅하기도 합니다.
WWDC 중에 관심 있는 세션은 이러이러한 분야입니다.
Swift가 온 세상을 지배했으면 좋겠습니다?!
다 제 얘기이긴 한데 이러한 열정? 이 있는 분과 함께 개발하면 더 즐거울 거 같습니다.
또 즐거운 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발도 즐겁고 사람들과도 즐거운, 힘들어도 함께 투덜거릴 수 있는 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래서 대체 회사 이름이 뭐냐?
더이상 재직하지 않으므로 생략
우리 더 이상 외롭지 맙시다! 함께 해요!